네 살 무렵 아이가 "엄마야!" 하고 내민 그림에는 커다란 동그라미에 눈과 입, 그리고 그 동그라미에서 바로 뻗어 나온 다리 두 개가 있습니다. 몸통도 목도 없는 이 모습을 두족인, 흔히 '올챙이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몸은 어디 갔어?" 하고 묻고 싶어지지만, 이 그림은 아이가 사람을 처음으로 '그려 낸' 중요한 순간입니다.
올챙이 사람은 어떤 그림인가요
두족인(頭足人)은 머리와 다리만으로 사람을 나타낸 그림을 말합니다. 대개 다음과 같은 모습입니다.
- 큰 동그라미 하나가 머리이자 몸 전체 역할을 합니다.
- 동그라미 안에 눈 두 개와 입이 있고, 코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 동그라미 아래로 세로선 두 개가 다리로 내려옵니다.
- 팔은 아예 없거나, 동그라미 옆에서 바로 뻗어 나옵니다.
- 손가락이 햇살처럼 여러 개 달리기도 합니다.
대체로 3~5세 사이에 많이 나타나며, 아이에 따라 몇 달 만에 지나가기도 하고 1년 넘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의 그림에서 비슷하게 관찰되는 모습이라, 특정 아이만의 버릇이나 가정 환경의 문제로 볼 이유가 없습니다.
왜 몸통 없이 그릴까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고,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널리 이야기되는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부터 그린다. 아이에게 사람을 알아보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얼굴, 특히 눈과 입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걸어 다니니 다리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사람이 무엇인지'를 그리는 것이지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베끼는 것이 아닙니다.
쓸 수 있는 모양이 아직 적다. 이 시기 아이가 자신 있게 그릴 수 있는 모양은 동그라미와 직선 정도입니다. 동그라미 하나와 선 몇 개로 사람을 만들어 낸 것은 가진 재료를 아주 영리하게 조합한 결과입니다.
동그라미가 머리와 몸을 함께 뜻한다. 아이에게 "배꼽은 어디야?" 하고 물으면 동그라미 안쪽 아래를 가리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 눈에는 머리뿐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동그라미가 몸 전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해석이든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두족인은 '틀린 그림'이 아니라 아이가 지금 알고 있는 사람을 지금 가진 기술로 표현한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고쳐 주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이유
"사람은 목이 있고 몸통이 있어야지" 하며 직접 그려 보이거나, 아이 그림 위에 몸통을 덧그려 주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그림을 '정답 맞히기'로 느끼게 됩니다. 고침을 받은 아이는 다음부터 "엄마가 그려 줘"라고 하거나, 틀릴까 봐 사람 그리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 어른의 공식을 따라 하게 됩니다. 어른이 그려 준 사람을 그대로 외워 그리면, 아이가 스스로 몸을 발견하는 과정이 생략됩니다.
- 어차피 스스로 넘어갑니다. 몸통은 아이가 몸을 더 의식하고, 그리는 손이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또 두족인을 그린다고 해서 발달이 늦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림 한 장, 한 가지 특징으로 아이의 발달이나 마음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말이나 놀이, 몸 움직임 등 생활 전반에서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그때는 그림이 아니라 아이 전체를 두고 전문가와 상담해 보세요.
몸을 발견하게 돕는 질문
고치는 대신 질문으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없는 것을 지적하는 질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넓히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밥을 먹으면 어디로 들어가?"
"엄마를 꼭 안아 주려면 팔이 어디에 있어야 할까?"
"이 사람 오늘 무슨 옷 입었어? 단추는 어디에 달렸어?"
"배가 고프면 꼬르륵 소리가 어디서 날까?"
이런 질문에 아이가 동그라미 아래에 배를 하나 더 그리기도 하고, 그냥 "여기!" 하고 동그라미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둘 다 괜찮습니다. 반대로 "몸통이 없네?", "목은 왜 안 그렸어?"처럼 빠진 부분을 짚는 질문은 고침과 같은 효과를 내니 피해 주세요.
몸 그리기로 넘어가는 놀이
몸 본뜨기 (4~5세)
준비물은 전지 한 장이나 이어 붙인 큰 종이, 굵은 크레용입니다.
- 아이를 종이 위에 눕히고 몸 둘레를 따라 선을 그려 줍니다.
- 일어나서 본뜬 모양을 같이 봅니다. "여기가 머리, 여기가 배, 팔은 여기서 나왔네."
- 아이가 얼굴, 옷, 신발을 직접 채워 넣게 합니다.
내 몸 크기의 '나'를 보면서 몸통과 목이 어디에 있는지를 눈과 몸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부분 채우기 그림 (4~6세)
얼굴만 있거나 몸 일부만 있는 그림에 나머지를 채우는 놀이는 몸의 부분을 하나씩 의식하게 해 줍니다. 예를 들어 「다리를 그려 주자」에서 다리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정해 보거나, 「손가락을 그려 주자」에서 손가락이 몇 개인지 세어 보며 그릴 수 있습니다. MyKidsDraw의 미완성 그림처럼 일부가 이미 그려져 있으면 아이는 빈 종이보다 부담 없이 몸의 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몸 동작 따라 그리기 (5~6세)
- 아이에게 "만세", "점프", "인사" 같은 동작을 해 보게 합니다.
- 거울 앞에서 팔이 어디서 나오는지, 무릎이 어디서 굽는지 함께 봅니다.
- 방금 한 동작을 그려 보게 합니다.
동작을 그리려면 팔과 다리가 몸 어디에 붙어 있는지 생각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몸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레이 사람 만들기 (4~7세)
찰흙이나 클레이로 사람을 만들면 머리만으로는 세울 수가 없습니다. 머리 아래에 몸통 덩어리를 붙여야 다리를 꽂을 자리가 생깁니다. 입체로 만들어 본 경험은 종이 위 그림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나이별로 기대할 수 있는 변화
- 4세 전후: 두족인이 가장 흔한 시기입니다. 눈, 입, 다리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얼굴에 머리카락이나 귀가 생기는지 관심 있게 봐 주세요.
- 5세 전후: 동그라미 아래에 두 번째 동그라미나 네모가 붙으며 몸통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팔이 몸통 대신 머리에서 나오는 과도기 그림도 흔합니다.
- 6~7세: 목, 몸통, 옷, 손가락이 있는 사람이 자리 잡습니다. 대신 늘 같은 모양으로 그리는 경향이 생기므로, 이때는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그려 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바로 해 볼 것
- 아이의 올챙이 사람 그림 뒷면에 날짜와 "누구를 그렸는지"를 적어 보관하세요. 몸통이 생긴 그림과 나란히 놓고 보는 날이 곧 옵니다.
- 오늘 그림을 보면 빠진 부분 대신 "이 사람 지금 뭐 하고 있어?" 하고 물어보세요.
- 주말에 큰 종이로 몸 본뜨기를 한 번 해 보세요.
- 아이 그림 위에 직접 덧그리고 싶어질 때는 옆에 내 종이를 놓고 함께 그리세요.